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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천사로 만든 사람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내가 사는 동네의 한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간호사 돕는 일을 했다.
여름 방학 내내 일주일에 서른 시간 정도를 일했는데, 그 대부분의 시간을 길레스피 씨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서 보냈다.
길레스피 씨에게는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의 상태에 신경을 쓰는 사람도 없는 듯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하면서 여러 날 동안 그의 손을 잡고 그에게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어느덧 그는 나의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비록 그가 이따금 내 손을 꼭 잡는 것 말고는 아무런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길레스피 씨는 장기간 의식 불명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일주일간 부모님과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왔다. 내가 병원으로 갔을때 길레스피 씨의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나는 간호사에게 차마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그래서 많은 질문을 가슴에 묻어둔 채 나는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도 자원 봉사자 일을 계속했다.

그로부터 몇 해가 흘러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주유소에서 나는 낮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그가 누구라는 걸 떠올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렸다. 길레스피 씨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가 혹시 다섯 해 전에 의식불명 환자였던 길레스피 씨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했다.
나는 내가 그를 어떻게 아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그에게 이야기를 하며 보냈는지 설명했다.
그러자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따뜻한 두 팔로 나를 껴안았다.
그는 자신이 혼수 상태에 있을 때 내가 그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었고, 이야기하는 동안 내내 그의 손을 잡고
있던 내 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기와 함께 있는 사람이 한 인간이 아니라 천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길레스피 씨는 자신을 소생시킨 힘은 바로 내 목소리와 내 손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고, 무슨 일 때문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설명했다.
우리는 둘 다 한없이 눈물을 쏟다가 다시 포옹을 하고는,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그 이후로 나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길레스피 씨는 내 마음을 날마다 알 수 없는 기쁨으로 채워 주었다.
나는 내가 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내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결코 그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는 나를 천사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안젤라 스터길